노래 가사·직접 노래부른 동영상도 ‘불법’

이용균기자

네티즌 ‘재갈’ 물리는개정 저작권법 ‘공포’

23일 ‘삼진아웃제’ 발효…“인터넷 집시법” 비난

인터넷 블로거 ‘기호태’는 최근 ‘블로그 이사 진행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개정 저작권법 때문에 해외 사이트로 블로그를 옮기기로 했다”면서 “걸면 걸리게 돼 있는 법이라 안심하고 글을 올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블로거 ‘archurus’는 “저작권법 시행 전에 블로그 폭파하자”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만화책을 인용하거나 만화영화 장면을 캡처해 올린 것이 많은데 모두 걸릴 수 있다”면서 게시물을 모두 지운 뒤 블로그를 폐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23일부터 발효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두고 인터넷이 혼란에 빠졌다. 많은 네티즌이 게시물을 자진삭제하는 ‘블로그 폭파’나 해외 사이트로 옮기는 ‘이사’를 결정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일일이 저작권법 위반 게시물을 찾을 길이 없어 이전 게시물 전체 삭제를 고민 중이다. 포털들은 혹시 모를 정지명령에 대비해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용자 계도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의 원인은 저작권 위반 처벌을 쉽게 할 수 있는 ‘삼진 아웃제’가 처음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22일 공표돼 오는 23일 발효되는 저작권법 개정안 중 133조 2항은 경고를 3차례 이상 받은 복제 전송자가 노래·사진·동영상 등 불법 복제물을 또 다시 전송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해당 복제·전송자의 계정을 정지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르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적는 것도,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불러서 올리는 것도 위반이 된다.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나도는 ‘패러디’도 위반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7일 한 네티즌은 다섯살 딸이 반주없이 가수 손담비의 노래를 부른 58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가 포털로부터 ‘블라인드(비공개) 처리’를 당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커뮤니티들의 긴장도가 높다. 저작권법 위반을 빌미로 참가자들이 경고 또는 정지를 당하는 일이 생길까 우려해서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모금을 통해 신문광고를 냈던 한 커뮤니티는 이전 게시물을 일괄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포털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문화부는 ‘포털 잡는 법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3회 경고가 정지로 이어지는 규정은 인터넷 전체의 위축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시물 규제가 강화되면 포털을 통한 소통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게시물의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이라면서 “이번 개정안이 자칫 ‘인터넷용 집시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표하는 네티즌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음악·영화 등을 상습적으로 올리는 ‘헤비 업로드’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경고 결정 때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받기 때문에 무리한 법 적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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